이란이 미군 전략폭격기의 출격 기지로 쓰이고 있는 영국 공군기지를 공격 목표로 삼겠다고 위협하면서 중동발 긴장이 유럽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영국 정부는 자국을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페어퍼드 기지, 대이란 공습의 핵심 전진기지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23일(현지시간) 국영 타스님통신을 통해 성명을 내고, 영국 글로스터셔주에 있는 RAF 페어퍼드 공군기지를 정당한 공격 목표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순항미사일 재고가 소진되자 이 기지에서 B-1 전략폭격기를 출격시켜 이란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는 게 이유다.

페어퍼드 기지는 미·이란 무력 충돌이 재개된 이후 미군 전략폭격기의 핵심 전진기지 역할을 해왔다. 지난 3월부터 B-1B 랜서와 B-52 스트래토포트리스 등이 이곳에 배치돼 이란 내 목표물을 타격해왔으며, 최근 교전이 다시 격화된 뒤인 지난 21일에는 이 기지에서 B-1B가 다시 출격해 이란 혁명수비대 관련 시설을 공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4500㎞ 떨어진 거리, 정밀타격 가능성은 미지수”
이란과 페어퍼드 기지 사이 거리는 약 4500㎞에 달해, 이란이 실제로 장거리 미사일로 이곳을 정밀 타격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란은 앞서 지난 3월에도 미국과 영국의 합동 군사기지인 인도양 디에고가르시아에 미사일 2발을 발사한 전례가 있어, 이번 위협을 단순한 엄포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B-1B 랜서 폭격기>
이란 외무부는 한발 더 나아가 영국이 이란 공격에 사용하는 모든 기지를 합법적인 타격 대상으로 간주하겠다고 런던 측에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B-52 폭격기>
취임 직후 안보 시험대 오른 번햄 총리

공교롭게도 이번 사태는 앤디 번햄 신임 영국 총리가 취임한 직후 불거졌다. 페어퍼드 기지를 활용한 미군의 대이란 작전은 번햄 총리 취임 이후 내려진 결정으로, 그는 이 같은 작전을 방어적 성격이라고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는 이란의 위협에 대해 자국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임 초부터 안보 현안에 직면한 셈이어서, 번햄 총리로서는 새로운 정치·경제 모델을 앞세운 국내 개혁 구상과 별개로 외교안보 시험대에 곧바로 오르게 됐다.
미군, 영국 내 전력 오히려 보강
미국은 지난달 긴장 완화 국면에서 페어퍼드 기지에 배치했던 B-52 전략폭격기 일부를 철수시킨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교전이 재점화되면서 미 공군의 전자전기 EA-37B 컴퍼스콜이 영국 밀든홀 기지에 새로 도착하는 등, 오히려 영국 내 미군 전력이 다시 보강되는 흐름도 감지되고 있다. 이 전자전기는 밀든홀을 거쳐 페르시아만으로 향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페어퍼드 기지에는 B-1 전략폭격기 12대가 남아 있어, 미국의 대이란 공습 능력 자체는 약화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이란 간 확전 우려가 영국을 비롯한 동맹국들로까지 번지는 가운데, 당분간 유럽 내 긴장도 함께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