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대법원의 위헌 판결로 제동이 걸렸던 관세 정책을 새로운 법적 근거로 다시 꺼내 들었다. 지난 24일(현지시간)부터 발효된 새 관세는 한국을 포함한 60개국을 겨냥하고 있어, 세계 무역 질서에 또 한 번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제동에도 “다른 카드로” 관세 재시동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25년 초 취임 직후 무역 적자를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며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이 같은 논리에 근거한 긴급 관세를 위헌으로 판결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곧바로 대체 카드를 꺼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번 새 관세가 1974년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부과된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교역국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에 대한 금지 조치를 제정·집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 정부가 관세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이 조항을 근거로 각국의 강제노동 관행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국 등 60개국, 10~12.5% 관세 적용
지난 24일 발효된 새 관세는 별도의 전환 기간 없이 곧바로 시행됐으며, 60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한다. 아르헨티나, 방글라데시, 영국, 캄보디아, 캐나다, 에콰도르,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인도, 인도네시아, 요르단, 말레이시아, 멕시코, 파키스탄, 스리랑카, 트리니다드토바고산 제품에는 10%의 관세가 매겨진다.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대만, 일본, 스위스산 제품에는 이보다 높은 10~12.5% 수준의 총관세율이 적용된다. 사실상 미국 수입품 대부분에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되며, 특히 어렵게 타결됐던 EU와의 통상 협정도 다시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무역대표부는 이 관세가 최장 150일 동안만 효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밝혔다. 앞서 시행됐던 10% 보편관세 역시 이 조항에 따라 24일부로 만료된 바 있어, 이번 조치도 시한부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만간 조치 나올 것” 예고된 수순
이번 관세 발표는 사실 예견된 수순이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는 지난 2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강제노동 관련 무역법 301조 조치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날 블룸버그통신도 미국 정부가 60개 경제권을 대상으로 새 관세 부과 준비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그리어 대표는 무역법 301조가 관세 부과의 법적 틀을 고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결로 기존 관세 부과 근거가 무너지자, 행정부가 정교한 법적 전략을 통해 사실상 유사한 수준의 관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12.5% 직격…자동차·배터리 등 주력 수출품 우려
한국은 이번 조치로 최대 12.5%의 관세를 적용받게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발표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당시에도 자동차, 자동차 부품, 석유화학제품, 배터리 등 대미 무역 흑자 상위 품목이 주요 표적으로 지목된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 등 관련 기관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 구조상, 이번과 같은 관세 조치가 반복될 때마다 국내 기업들의 대미 수출 전략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누려온 품목들도 이번 조치로 추가 관세 부담을 지게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세계 무역 질서 재편 가속화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일회성 관세 부과를 넘어, 세계 무역 질서의 급진적 재편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법원의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다른 법적 근거를 찾아 유사한 정책을 반복하는 패턴이 이어지면서, 교역국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통상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미국의 무역수지는 관세 정책 강화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발표된 지표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오히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 관세를 통한 무역 불균형 해소라는 정책 목표가 실제 효과로 이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